지질자원硏 이희일 박사..."재해방재 종합대책 마련 필요"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 2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해일 쓰나미. 쓰나미가 강타한 현장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희일 박사가 다녀왔다. 한국의 지진전문가로 통하는 이 박사의 쓰나미 현장 체험담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쓰나미 향후 복구방안 및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태국 광무국(鑛務局)과 CCOP(동남아시아 지구과학 프로그램 조정위원회)주관으로 최근 태국의 푸켓 지진해일 피해현장 방콕에서 열렸다.

우리는 흔히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난 후에 천재지변이 아니고 인재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이는 태풍이나 지진이 분명히 자연재해임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 조금만 대비했더라면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소홀히 함으로써 입은 화를 자책하는 말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은 지진과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실질적인 피해가 아주 미미하다는 점에서 자연재해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투자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재해보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무분별한 국토개발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푸켓 남쪽 카론(Karon)해변은 높이 약 5m의 사구(모래언덕)를 보존하면서 개발된 덕분에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소한 모래언덕 하나가 뭐 그리 중요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연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훼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 하나의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소중한 국토를 무분별하게 파헤쳐온 것이 사실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좀 더 실질적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영향평가도 아울러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을 계기로 일반인들이 새로 들어본 용어 가운데 하나가 아마 지진해일 경보시스템(Tsunami Warning System)일 것이다.

지진해일 경보시스템이란 지진과 해일의 파고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 분석하여,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지진해일의 예상 도달시간과 최대파고를 해당 지역에 통보하는 체계이다.

현재 가장 빠른 통보능력을 자랑하는 시스템은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지진 발생 후 5~10분 내에 경보를 발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피해를 준바 있는 1993년 홋카이도 지진해일처럼 연근해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의 경우에는 일본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느 정도 경보발령 시간은 더 단축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첨단 경보시스템도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일본 방재전문가 말에 따르면 경보가 발령되었음에도 약 5%의 주민만이 대피하여 대다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던 사례와 1998년도 파푸아 뉴우기니아 지진해일의 홍보비디오를 본 인근 섬 주민들은 다음 해에 일어난 지진해일에는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는 사례보고는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홍보, 교육 및 대피요령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활용함으로써 최소의 비용으로 재해에 의한 피해예방을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금번 수마트라 지진해일참사를 거울삼아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이 우리국민들이 재해로부터 좀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진관계 전문가로서 재해방재관련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투자와 대책마련을 관계당국에 촉구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