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인터뷰]채영복 과총 15대 회장..."개인의 과총 만들겠다"

500만 한국 과학기술인 이익대변 단체의 사령탑이 최근 취임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자리에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앉았다. 대덕넷은 채 회장을 만나 3년 임기동안 이뤄낼 미션과 운영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편집자주]

"한국 과학계는 과도기다. 제자가 스승을 존중하지 못하는 구조다. 선진국과 다르게 선배 보다 후배가 더 좋은 연구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과총이 풀어나가겠다." 채영복 회장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원을 거쳐 11년간 한국화학연구소장을 지내며 연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과학자다. 또 한림원 부원장, 대한화학회장,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등을 거쳐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수장노릇을 하기도 했다.

과학기술 현장과 정책 최고사령탑 자리를 넘나들며 지난 30여년간 과학 외길인생을 걸어온 채 회장이 한국 과학기술계는 현재 과도기라고 진단했다. 아직까지 한국 과학계의 현실은 선배 과학자의 연구 노하우와 경험을 후배 과학자들이 존중해주지 못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백발 노인의 과학자가 젊은 과학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구조를 한국 과학계가 지향해 가는 입장에서 채 회장은 "이러한 과도기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新·舊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과총이 슬기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계의 위계질서를 바로 잡고, 선·후배간 과학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채 회장은 '개인의 과총' 커뮤니케이션 체체 구축을 내세웠다. 개별 과학자들의 뜻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다. 산업계 엔지니어 등 연구현장 NGO 과학자들을 섭렵한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그동안 과총은 각 분야별 학회 등 단체 모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과학계 목소리를 표출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개인을 상대로 한국 과학계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의견들을 전개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실제 관련된 정관을 변경했다.

단체회원만을 받아온 과총이 개인 회원 제도를 만들었다. 과총 소속의 학회 등 단체에 가입하면 자동적으로 개인회원이 된다. 또 당연직 이사를 확대 개편했다.

과총 회장을 비롯해 과기부·교육자원부·산자부·정통부 관계국장, 학회와 연구소 단체장으로다. 학회장 및 단체장의 짧은 임기 때문에 연속될 수 없었던 관련 단체장들과의 협력관계를 지속시킨다는 취지다.

채 회장은 "개인회원 제도를 통해 일선 현장의 엔지니어와 기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개인 참여를 유도해 과학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과연 500만이 참여하는 과학기술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채 회장은 사이버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이나 천성산 원효터널 문제 등 주요 사회적 이슈들을 논의해나가면서 과학적 식견이 담긴 객관적인 여론 형성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교토의정서같은 에너지 환경의 민감한 문제에 관해 과학자들이 전문적인 의견들을 내놓고 문제를 좀 더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 회장은 "몇 백만이 동시에 토론이 가능한 사이버 시대"라면서 "이슈별 정책포럼을 만들어 사이버를 통해 과학 인력들이 논의하고 하나의 해결답안을 만들어 가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총 산하에 정책연구소를 신설할 방침이다. 이슈별 대안을 만들고 연구해 나가면서 국민과 대정부의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지역 과학기술 성공모델은 '대덕'

채 회장은 지역 과학기술 활성화의 성공모델은 대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덕은 지역이 아니다. 과학기술 수도다"라면서 "앞으로 대덕R&D특구가 지역 과학기술 활성화를 위해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역 나름대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기술혁신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 성공모델은 대덕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 회장은 이를 위해 "지역 과총이 브레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으며 정부의 의지도 곁들여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대덕R&D특구가 지정되는 만큼 지역 과총이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덕의 성공모델 창출을 위해 중앙부처와 과총에서 지원사격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채 회장은 한국 과학기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과총은 우리나라 500만 과학기술 대표 기관입니다. 그런 만큼 과총은 흩어져 있는 과학기술인들의 힘을 결집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과학기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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