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로 전자전산학과 교수, LG전자기술원 원장 취임

현직 대학 교수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 원장 자리에 앉았다. 교수가 3년간 대기업 연구기관의 장으로 초빙되는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화제의 인물은 KAIST(총장 로버트 러플린) 전자전산학과 이귀로(53) 교수. 최근 LG전자기술원 원장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차세대 기초기술 연구개발 역량강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 교수는 업계에서 유비쿼터스맨으로 통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위한 초소형 라디오를 세계 최초로 구상하고 구현시킨 연구 업적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교수는 지난 86년 KAIST 부임 이래 두 차례 연구처장 보직을 수행한 바 있으며, 한국과학재단 지원 우수공학연구센터(ERC)인 미세정보시스템 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해 왔다.

이 교수가 앞으로 3년 동안 이끌어 갈 LG전자기술원은 지난 1987년 설립됐으며, LG전자의 핵심 주력사업을 지원하는 CTO 연구소다. 그동안 이동통신용 부품개발을 비롯해 고밀도 저장 매체 및 시스템, 유기 EL같은 차세대 Display기술, 영상정보 처리기술 개발 등 국내 전자제품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워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 교수가 국내 대기업 산하기관의 장으로 유치될 수 있었던 이유는 KAIST만이 지닌 '민간기관 파견'이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에 가능했다. 일반 대학의 경우 연구연가제도를 이용, 통상 1년 이내의 민간기업체 파견만을 허용하는 데 반면 KAIST는 애초부터 국내 기업체에 1년 이상의 중장기 파견을 허용하는 독특한 제도를 갖고 있다.

이 교수는 "기술개발에 의한 가치창조 없이는 어떤 기업의 생존도 불가능한 무한경쟁의 시대"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LG전자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귀로 신임 원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소감은 "처음엔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학부문에 인력교류가 부족한 현실을 느끼고 모범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LG측으로부터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개인적인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언제 취임했나. "지난 3월 2일 취임했다. 현재 업무보고를 받으며 연구소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 LG와 연계가 있었나. "20년 전에 금성반도체에서 3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 이후 별 연계는 없었다. LG에서 나를 지켜보다가 영입한 것 같다."

- LG전자기술원 규모와 연구방향은. "400여명의 연구인력이 제품개발을 하고 있다. 앞으로 Multimedia 및 Digital 무선통신 기술분야를 중점 연구분야로 선정해 자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 유비쿼터스 초소형 라디오란. "감시와 진단 기능과 함께 양방향 무선통신이 가능한 미세 원격정보시스템이다. 일명 '마이크로스'라 불린다. 동전만한 크기다. 이같은 초소형 단말기는 공간·사물·사람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를 건설하는 기초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

- KAIST와의 관계는. "교수를 겸직하게 된다. 휴직이면 원장을 안맡았을 것이다. 카이스트에 민간기관 파견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원장 자리도 앉게된 것이다. 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KAIST 교수직을 수행할 생각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나라는 산학연이 같이 굴러가야 한다. KAIST와 LG연구소간 협력을 생각하고 있다. 산업체가 원하는 인력양성 시스템을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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