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제포럼 12일 오전 7시 리베라호텔서 열려....삼성경제연 이범일 상무 강의

"바야흐로 CEO를 사고 파는 시대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마치 프로야구선수처럼 연봉을 책정해 막대한 몸값을 지불해서라도 영입해야 한다. 바로 CEO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대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전상공회의소와 삼성경제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제38차 대전경제포럼이 12일 오전 7시 관련기업인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리베라호텔 1층 사비성홀에서 개최됐다. 이 날 행사에서는 삼성경제연구원 이범일 상무가 전환기 최고경영자의 조건을 주제로 시대의 흐름에 따른 CEO의 가치와 육성책, 그리고 CEO에게 요청되는 덕목 등에 관해 강의했다.

이 상무는 "현대사회에서는 CEO에 따라 기업이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된다"며 미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CEO문화에 대해 비교, 설명했다.

다음은 이 범일 상무의 강의내용 기업 흥망성쇠의 열쇠 CEO, 이젠 상품이다 1977년 일본 NEC의 회장 고바야시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는 C(컴퓨터)&C(커뮤니케이션)로 가자"며 "이 두 C의 결합을 통해 기업의 사업방향을 잡아나가자"고 말했다. 이 때의 커뮤니케이션이 요즘의 인터넷을 의미한다. 25년전인 이 때 고바야시 회장은 이미 지금의 시대를 예견했고 NEC는 아직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해인 1977년 세계 컴퓨터시장 2위를 달리고 있던 미국 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DEC)의 회장 캔 월슨은 "컴퓨터는 대용량의 숫자계산을 위해 만들어진 기기로 장담하건대 가정이나 학생들이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향후 PC가 컴퓨터의 주력모델이 될 줄을 모르고 있던 이 회사는 90년대 중반 컴팩에 합병됐다. 이처럼 CEO의 생각이 회사의 앞날을 좌우한다. 회사의 긴 장래를 봤을 때 CEO의 통찰력이나 감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25년전의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현재 구조조정기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구조조정이 인력감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임무와 미션을 새롭게 생각하고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모든 것이 구조조정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CEO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보다는 CEO가 주도하는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젠 CEO의 중요성이 한국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어느 CEO가 어느 회사로 갔다, 혹은 이적했다는 소식에 기업주가가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실제로 맥런이라는 사람이 3M CEO가 됐다는 말에 주가가 11%나 폭등했으며 IBM은 몰락위기에서 루 커스너라는 CEO를 영입함으로써 기사회생했다.

애플社는 스티브 잡스를 쫓아냈다가 기업이 어려워지자 다시 그를 영입, 살아났다. 이처럼 '누가 CEO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이 좌지우지된다는 인식이 국내에도 확산되면서 CEO시장이 형성됐다. 이젠 CEO의 가치에 따라 몸값이 매겨지게 된 것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조정이 활발해 지면서 CEO거래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사겠다는 곳은 많은데 팔려갈만한 괜찮은 CEO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CEO도 하나의 상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몸값을 받을 수도 있다.

CEO도 키워서 수출해보자 CEO가 글로벌화되어 간다. 외국 한국지사의 CEO가 아닌 일반 한국기업의 CEO로 외국인이 영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계 미국인이 제일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이런 점이 구조조정기이기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국인 CEO들은 연고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합리성에 의거해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닛산의 경우도 프랑스인을 CEO로 영입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예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CEO는 내수에도 벅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적, 기업적으로 리더(CEO)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만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이란 법 없다. CEO도 키우면 해외에 팔 수 있다.

미국 CEO, 한국 CEO 한국의 CEO들은 단명한다. 오래 한 회사에 근속하지 못한다. 일본의 CEO들은 그래도 한국보다는 오래 간다. 미국CEO들 임기는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20-30년까지로 양극화된다. 테스트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자르고, 된다 싶으면 장기근속으로 간다.

이게 미국 CEO시스템이 갖는 장점이다. 애플을 살린 스티브 잡스 1조원,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2천7백40억, GE의 잭 웰치 1천8백억원 등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상위 200개 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은 2백여억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 CEO들은 평균적으로 신입사원의 8배의 연봉을 받는다. 한국의 CEO들은 현재의 CEO자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CEO들은 그렇치 않다. 현직 CEO로써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후계자 양성일 정도다.

여러명의 후보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선발해 집중 육성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 CEO를 보좌하는 전문가팀들이 항상 운영되는 TMT(Top Management Team)시스템이 있으며 CEO가 가장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덜 중요한 일들은 이사회 등에서 처리한다.

현대CEO에게 요청한다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라.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전략적인 사고를 가져라. 즉 게으르고 똑똑한 CEO가 되라는 말이다. CEO는 전략적인 사고만 해야하며 전술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 이래야만 회사의 발전과 성장이 보장된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시대는 갔다. 직원들은 서포트할 수 있는 CEO가 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회사에 있을 때는 현장을 둘러보며 현장경영을 해라. 둘째, 칭찬을 많이 해라. 그리고 셋째 부하직원의 얘기에 경청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후계자 선정작업에 들어가라. 훌륭한 재목을 선발해 CEO학을 교육시켜라. 그래야만 기업의 미래가 보장된다.

<대덕넷 김영중기자>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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