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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헬로우맛집 / 2017-10-12 맛있는 흰·빨 찜닭 '세번째 우물' KAIST 대학가 숨은 맛집, 오염된 혀를 치유하는 찜닭 본연의 맛

요즘 사람들 외식 많이 한다. 어지간한 맛에는 혀가 무덤덤하다. 그래서 다양한 별종의 양념도 모자라 '무리다' 싶은 퓨전 음식들이 계속 등장한다. 개중에는 정말 별난 맛으로 유행을 만들기도 한다. '찜닭'은 이런 유행을 한참 지난 음식이다.
 
"닭볶음탕이 별거 있어?", "닭볶음탕 아니라니까!" 그 집 괜찮다는 무리 대장을 따라 무심히 찾아간 곳은 '맛있는 이야기 세번째 우물'. 대전 KAIST 대학가인 어은동 한 골목 상가 2층에 자리했다. 간판은 큼지막하다. "세번째? 분점인가", "아니래두" 농을 주고받으며 올라간 식당. 인테리어는 백반집과 돈가스집 사이 어딘가처럼 소박하다. 테이블이 열석이 안 됐다.

메뉴를 보니 궁중찜닭/빨간찜닭 단 두 종이다. 고기와 쌀, 배추는 국내산, 2인에 16000원이니 1인 8000원꼴. 맛도 좋으면 가성비를 충족한다. 무리는 두 패로 나눠 궁중찜닭과 빨간찜닭을 주문했다.

드디어 음식 등장. 채도가 낮은 양념에 담긴 각각의 찜닭이 나왔다. 찜닭이라기보단 닭볶음탕에 가까웠다. 찬은 콩나물과 무짠지가 다다. 위에 얹어진 채소는 큼직하니 신선해 보인다. 우리쪽 자리는 자리는 궁중찜닭. 심심해 보이는 색감에 센 맛일 거라는 기대를 내려놨다. 불을 올려놓고 수다를 떠는 동안 슬슬 올라오는 풍미가 은근한 기대를 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이성 친구를 기다리는 느낌이다.

코를 자극하지 않는 부드러운 풍미가 수저를 부른다. <사진=박성민 기자>코를 자극하지 않는 부드러운 풍미가 수저를 부른다. <사진=박성민 기자>

보골보골 국물 방울이 터지며 음식 다됐다는 소리가 난다. 통통해 보이는 다리를 틀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럽다. 고소한 육즙이 입 안에 맴돌았고, 고기는 쫄깃하다. 혀를 굴려 국물의 맛을 따져봤다. 마늘 맛과 양파 맛이 은은하게 풍긴다. 짜고 달은 맛이 순하고 담백한데 혀가 반긴다. '저희는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습니다'란 안내판의 글씨가 그제야 눈에 보였다. 
 
'퍽퍽살' 부위인 가슴살도 뜯어봤다. 탄력 있게 찢어졌고 식감은 부드러웠다. 잘 다져진 오믈렛을 먹는 느낌이다. 
 
일본 드라마 중에 '고독한 미식가'가 있다. 중년 사내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게 다인 내용이다. 그런데 이 사내는 반찬 하나를 먹어도 맛이며 식감이며 만든 과정까지 별 만상을 떠올린다. 한두 편 봤을 뿐인 이 드라마가 생각난다니···이 음식을 인정한다.
 
빨간찜닭, 혀는 맵지만 목넘김은 부드럽다. <사진=박성민 기자> 빨간찜닭, 혀는 맵지만 목넘김은 부드럽다. <사진=박성민 기자>

옆 좌석의 빨간찜닭도 맛봤다. 달지 않은 매콤한 맛이 살 안쪽까지 배어 있다. "오 이거~이거~" 연신 나오는 추임새를 그만하라는 핀잔을 받았다. 궁중 찜닭이 편하고 부드러운 친구라면, 빨간찜닭은 활달하고 기운 넘치는 친구다. 이 친구도 마음에 들었다.
 
치즈든 뭐든 싸 먹어도 좋을 닭볶음밥 <사진=박성민 기자>치즈든 뭐든 싸 먹어도 좋을 닭볶음밥 <사진=박성민 기자>
고기를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볶아 치즈 토핑을 얻었다. 치즈는 뭐든 치즈의 종속으로 만들어버리는 강한 맛이 있다. 그런데 원래 음식의 풍미가 치즈에 지지 않았다. 아쉬운 입을 달래주는 좋은 후식이 됐다.
 
소박한 음식을 요란하게 먹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다. 대학가 인심으로 양도 많았는데 다 먹었다.

식당 주인에게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가게 이름 '세번째 우물'의 뜻을 물었다. 주인은 "성경의 인물 이삭이 주변국들과 평화를 위해 판 광야의 세 번째 우물"이라며 이번 식당이 두 번째 식당을 접고 차린 세 번째 식당이라고 했다. 입가심으로 받은 조그만 사탕은 상쾌했다.
 
외식에 지친 입맛이라면 이 식당을 추천한다. 타지에서 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에게 끓여주는 엄마의 요리에 세련된 이모가 간을 한 '치유의 맛'이다.
 
▲궁중찜닭/빨간찜닭. 소(2인) 18000원, 중(3인) 27000원, 대(4인) 31000원. 주차장은 따로 없다. ▲대전 유성구 어은로 48 10-5 2층 ▲042-825-5200 ▲평일 11:30~21:00, 토요일 11:30~21:00, 일요일은 저녁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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