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면서 얼큰...여름 보양식으로 제격

육개장 한가지 메뉴로 30년 전통을 지키며 대전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는 식당이 있다. 이름하여 명랑식당이다. 
삼성동 인쇄 골목 구세군 교회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한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를 정도로 여름이 가까워진 요즘 담백하고 얼큰한 육개장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여름을 맞이해 보자.

본론부터 말하면 이 집은 기름기 없는 국물이 최고다. 
육개장 잘 하는 집은 꽤 되지만 국물 위에 동동 떠 있는 기름기가 전혀 없는 식당은 드물다. 

기름기 없는 국물이 가능한 이유는 끓이는 동안 육수 위에 뜬 기름기를 끊임없이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기름기를 제거한 고기는 결대로 길게 찢어 그릇에 수북히 담는다. 
고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씹혀 입속이 즐겁다.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에 부드러운 양지머리 고기까지 육개장의 참맛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양만 판매하는 자존심도 이 집의 특징이다. 전통이 깊고 단일 점심 메뉴로 승부하는 집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명랑식당 육개장을 먹고 싶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반드시 가야 한다. 일요일엔 무조건 쉰다. 

명랑식당은 콩나물, 고사리, 양파 등 육개장에 흔히 쓰이는 재료를 넣지 않고 소고기와 파로만 맛을 낸다. 그 중 고사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재밌다. 고사리는 절(寺)에서 소양제(消陽劑)라 부를 정도로 양기를 감퇴시키는 음식이라 찾아오는 남자 손님들이 싫어해 아예 쓰질 않는단다.

대신 육개장의 주메뉴인 소고기, 파, 고춧가루를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으로 고르고 또 고른다. 소고기는 충북 청주의 지인으로부터 최상품으로 들여온다. 

고춧가루는 매년 가을이 되면 맛·향·빛깔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구입한다. 천근이나 구입해 1년 내내 쓰기 때문에 일년 중 가장 신경 쓰는 일이다. 실제로 이 집의 육개장은 고춧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곱게 풀려있다.

육개장과 함께 나오는 수수밥은 공기에 꼭꼭 눌러 담아 수저가 잘 안 들어갈 정도인데도 주인장은 모자라면 더 시키라며 인심 좋게 군다.

육개장은 개장국을 꺼리는 사람들이 쇠고기로 개장국처럼 맵게 끓여 먹은 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보신탕, 삼계탕과 함께 복(伏)중 3대 음식으로 꼽히는 육개장은 무더위로 인해 탈진되고 밥맛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보양식으로 좋은 음식이다. 

다만, 보신탕·삼계탕 같은 대표적인 여름철 보신음식으로는 대중화가 덜 된 탓에 보양식으로는 사람들이 생각치 않는 경향이 있지만 육개장도 삼복더위에 즐길만한 음식이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 오는 것 같다. 
약간 때 이른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명랑식당의 육개장으로 더위를 준비하자. 

내 집 같은 분위기 
밖에서 보기엔 옛날 기와집을 개조해 허름해 보인다. 하지만 문들 열고 들어서면 소박한 큰방에 앉은뱅이 식탁이 옹기종이 놓여 있어 육개장 한 그릇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다만, 인근에 대전역이 위치한데다 인쇄집들이 즐비한 비좁은 골목에 위치한 탓에 주차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비좁은 골목 찾아오는 단골손님 너무 고마워”…석기숙 주인장 
석기숙(70세) 사장은 30년 전 육개장 가격이 550원일 때부터 시작해 4천원이 된 지금까지 명랑식당과 반평생을 같이 해왔다. 

"육개장은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께서 집에서 자주 끊여주시던 음식 중 하나였어요. 부잣집 외며느리였던 친정 어머니는 궁중요리까지 척척 해낼 정도로 요리 솜씨가 좋으셨지요. 덕분에 제가 어깨 너머로 손맛을 배웠답니다.”

그러나 석 사장은 골다공증과 관절염 등으로 건강이 안 좋아 자식과도 같은 명랑식당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다. 

가업만은 잇기 위해서 3년전 서울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는 아들 내외를 대전으로 불러들였다. 아들 내외가 석사장의 뜻을 이어 받아 열심히 ‘수업’ 중인데, 지금은 주방만 주인장이 맡을 뿐 식당운영의 대부분은 아들 내외가 책임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아예 주방까지 물려준다는 계획이다. 

“몸이 아프고 힘들어도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는 최고의 맛과 서비스로 대접하고 싶어요. 특히 ‘계룡산 꼭대기에 가게를 내도 찾아가겠다’고 말해주는 단골 손님들이 있기에 힘이 솟습니다”라고 말하는 석 사장의 얼굴은 환해 보였다. 

메뉴 : 육개장 5천원, 파전 5천원
 

상호 명랑식당
전화번호 042-623-5031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휴무 매주 일요일
주소 대전시 동구 삼성1동 2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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