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태안군'. 안면도를 비롯 태안을 둘러싼 갯바닥에는 초여름(6, 7월)만 되면 지천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낙지다. 바닷가에 위치한 지리적인 성격 상 옛부터 쌀은 귀한 곡식이다. 당연히 어느 때 부터인가 태안사람들은 쌀대신 낙지를 삶아 먹고 허기를 채웠다. 이때가 마침 박이 날때여서 하얀박속을 탕에 넣고 먹어보니 국물맛도 시원하고 배도 불렀다 한다. 보릿고개가 아니라 '낙지고개'였던 셈이다. 

이런 전설 속 태안지방 토속음식 박속낙지탕의 고향맛을 그대로 대덕밸리에 옮겨온 집이 있다. 
'박속낙지탕'이 그집이다. 유성구 신성동 탄동 농협 맞은편에 있다.

언뜻보면 무 썰어논 것처럼 보이는 박속과, 큼직큼직하게 동강 난 대파, 양파, 청양 고추가 탕을 가득 메운다. 어느정도 탕이 데워지면 손에 척척달라붙어 살아움직이는 낙지를 통째로 탕속에 집어넣는다. 

박속낙지탕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아 투명하다. 고춧가루 하나 안보여 국물도 벌겋지 않은데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국물의 비결은 박속과 청양고추다. 이런 양념 때문인지 속풀이에 그만이다.
특히 박속은 낙지와 절묘하게 궁합이 맞아 '박속낙지탕' 특유의 맛을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낙지를 먹으려면 집게를 사용해 통째로 집어올린다음 가위로 잘라 먹는다. 입맛에 따라 낙지를 더 익히고 덜 익혀먹는 맛도 재미다. 낙지는 데치듯 살짝 익히면 부드러운 맛이 나고, 푹 익히면 쫄깃거리며 씹히는 맛이 좋다. 

낙지맛도 맛이지만, 이 국물에 칼국수를 데쳐 먹는 맛이 별미중 별미다.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과 한데 어우러진 칼국수 맛이 그만이다.

박속낙지탕은 신성동에서 96년 개업이래 6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은게 있다. 음식의 질이다. 

반찬 하나를 내놓더라도 정성이 담겨있다. 처음 둥글레차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직접만들지 않은 것이 없다. 박속낙지탕 김남철사장은 매일 밤 10시 반 생기넘치는 목포산 낙지를 조달하러 집을 나선다. 박속낙지탕 하루영업은 낙지가 다 떨어질때까지다. 

그날 산 낙지는 그날 다 없앤다.이 집의 철칙이다. 손님이 갑자기 많이 들이닥치는 날은 문을 일찍 닫는 날이다. 낙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낙지가 떨어지는 불상사가 자주 발생한다.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영양 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실린 글이다. 날씨가 더워져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는 요즘 정력보강과 시원한 국물로 식욕을 돋구는 박속낙지탕이다. 

분위기-황토색 식당내부 박속안 느낌 
벽, 마루바닥, 테이블 모두 연한 황토색이다. 식당이름이 '박속'이라 그런지 마치 박속 안으로 들어온듯하다. 주방앞켠엔 낙지들이 보인다. 

여기저기 박으로 만든 바가지도 보인다. 김남철사장은 박바가지에 낙지를 담고 손님들 식탁으로 옮겨놓느라 바쁘다. 이 집은 작은 방과 큰방, 주방, 홀까지 한눈에 보인다. 좌석이 40여석 정도의 아담한 집이다. 

주인장-마당발 김남철사장 
박속낙지탕 김남철사장은 신성동 마당발이다. 신성동에 있는 전체 260여 업체의 식당사장들을 다 꿰고 있다. 지역안전을 위해 동네 자율방범대 활동도 도맡아 한다. 

김사장에겐 마당발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다름아닌 인사 잘하기다. 김사장은 먼저 인사하기, 볼 때마다 인사하기, 두 번째 만난 사람 알아주며 인사하기 등 그만의 인사원칙을 갖고 있다. 

김사장은 "손님을 알아준다는 것 자체가 손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오고가는 손님들을 다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손님을 알기 위해 직접 주문을 받으며 손님과 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얼굴이 익혀집니다.."라고 말하며 털털한 웃음을 터뜨린다.

메뉴 : 박속낙지탕(1인분) 20,000원, 산낙지전골(1인분)

상호 박속낙지탕
전화번호 042-863-5496
영업시간 11:30부터 낙지떨어질때까지
휴무 일요일휴무
주소 대전시 유성구 하기동 18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