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봉명동 스페인 테마 음식점…카페·레스토랑·펍 등 시간대별 특징 적용

20-30대 여자 네 명으로만 구성된 팀에 서른 살 여성 팀원이 새롭게 합류했다. 회식이 필요한 시점, 연애 중인 주임이 발빠르게 맛집 목록을 공유한다. 평소 맛집들을 꿰고 있는데다 직장생활 4년차에 접어든 터라 타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도 도가 텄다.

"역시"라는 평을 받은 수준 높은 음식점들 사이에서 유성구 봉명동'3MK'가 눈에 띈 것은 '스페인'이라는 테마. 대식가이자 미식가의 나라라는 스페인의 요리가 최근 대세라고 한다.

퇴근 시간 도룡동 연구단지 네거리에서 유성 홈플러스 뒷편의 3MK까지 이어진 교통정체는 '시장'이라는 최고의 반찬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고, 도착하자마자 평소 팀내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팀원이 샐러드와 소울푸드(soul food), 멜팅 파스타(melting pasta), 시크니쳐 리조또(signature risotto) 등 메뉴판의 4개 테마에서 각 하나씩, 총 4개 음식을 골라 주문한다.

먼저 나온 음식은 '연어와 리코타치즈 샐러드'. 훈제연어와 리코타치즈를 함께 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 요거트 드레싱을 얹은 음식이다. 샐러드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평상시 생각하지 못했던 사과와 양파의 조화다. 아삭한 식감에 새콤하고 알싸한 맛을 지닌 두 과채를 가늘게 채썰어 곁들여냈는데 부드럽고 짭조름한 훈제연어와 함께 먹어도 좋고, 둘만 따로 먹어도 맛이 그럴 듯하다. 거기에 고소하고 달착한 리코타치즈 역시 함께 나온 식재료와 어떤 조합에도 어울린다. 네 가지 각기 다른 맛이 주재료로 쓰였는데 '차갑다'는 공통점 덕분인지 샐러드에 기대하는 '시원하고 가볍고 신선한 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그래서인지 첫 접시부터 다들 감탄사 연발이다.

연어와 리코타치즈 샐러드.<사진=3MK 제공>
연어와 리코타치즈 샐러드.<사진=3MK 제공>

다음으로 나온 꽃게로제소스 파스타 역시 맛이 수준급이다. 로제소스는 크림소스의 부드럽고 고소함과 토마토소스의 새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특히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게살 특유의 감칠맛과 로제소스, 찰기 있는 면이 입 속에서 어울리자 염치 불문하고 다시 한 번 크게 듬뿍 떠서 개인접시로 가져오게 된다.

고르곤졸라 치즈스테이크 피자는 얇은 도우에 치즈와 토마토소스를 한 겹 올리고 양파와 고기, 야채를 얹은 후 다시 얇게 치즈를 갈아 뿌렸다. 피자 자체는 맛있지만 일반적으로 도우와 치즈, 꿀만으로 완성된 고르곤졸라 피자의 극강 달콤함과 느끼함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쫀득한 도우와 쫄깃한 고기의 식감은 좋지만, 치즈보다는 토마토와 야채의 새콤함이 좀더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고르곤졸라 피자가 느끼하고 심심했던 사람들이라면 환영할 만하다. 피자의 크기는 보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절반 정도다.

고르곤졸라 치즈스테이크 피자.<사진=3MK 제공>
고르곤졸라 치즈스테이크 피자.<사진=3MK 제공>

스패니쉬 오징어먹물 빠에야는 얕고 널찍한 냄비에 먹물소스를 머금은 밥이 깔려있고, 그 위에 브로콜리, 홍합, 바지락, 새우 등을 얹어냈다. 함께 나온 레몬을 해산물에 뿌리니, 짭쪼름에 신맛이 더해져 더욱 감칠맛이 난다. 빠에야는 프라이팬에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볶은 후 물을 부어 끓이다가 쌀을 넣어 익힌 스페인의 전통 쌀요리라고 한다. 이탈리아 리조또와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빠에야는 리조또 특유의 크림화는 없다. 덕분에 느끼함이 없어서 한국사람들 입맛, 특히 전통 한국남자들의 입맛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하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음식들을 보며 팀의 막내가 몇 가지 메뉴들을 더 주문한다. 요기를 좀더 채울 수 있는 요리 하나와 와인과 함께 먹기에 적당한 안주들로 골랐다.

차돌박이구이 샐러드 오일 파스타.<사진=정윤하 기자>
차돌박이구이 샐러드 오일 파스타.<사진=정윤하 기자>

차돌박이구이와 샐러드 오일 파스타는 안 시켰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은 맛이다. 알리오 오일을 기본으로 한 파스타에 갈비양념이 배어있는 차돌박이 구이를 얹고, 상큼한 드레싱의 샐러드를 곁들였다. 처음엔 "오일소스에 고기라니…"하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도 고기를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먹지 않은가. 해당 메뉴 역시 느끼함을 훌쩍 뛰어넘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3MK의 안내문에는 '유럽인들의 요리를 재해석하여 한국의 재료와 요리법을 조화시켜 전혀 새로운 접근방식의 요리를 시도한다'고 되어 있는데, 전문적인 요리법은 알지 못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한국인의 취향을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로 주문한 치킨랩은 닭다리살 구이와 리코타치즈. 매콤한 야채볶음을 또르띠아로 감싸 나왔다. 낯익은 재료의 조화로 예상 가능한 맛이지만, 재료 하나하나가 가진 맛이 좋아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만 입을 작게 벌려서 먹기에는 조금 불편하니 데이트에서 주문할 음식은 아니다.

치킨랩(왼쪽)과 피클(오른쪽). 기본으로 주는 피클의 양이 적어 아쉽다. <사진=정윤하 기자>
치킨랩(왼쪽)과 피클(오른쪽). 기본으로 주는 피클의 양이 적어 아쉽다. <사진=정윤하 기자>

로즈마리 문어감자는 오랜시간 저온에서 조리한 부드러운 문어구이와 로즈마리오일에서 튀겨낸 감자가 함께 나온다. 문어구이는 부드럽지만 양이 적고, 감자는 살짝 간이 세서 소스까지 얹기엔 부담스럽다. 먹기 간편해서 안주로는 좋다.

스페인 음식의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한다. 식재료 뿐 아니라 조리방법, 종류 등이 굉장히 폭넓다고. 그래서 언뜻 보면 이미 전세계적으로 진출한 유럽의 여느 나라들 음식과 큰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개개의 요리에서 개성이 엿보인다.

로즈마리 문어감자.<사진=정윤하 기자>
로즈마리 문어감자.<사진=정윤하 기자>

스패니쉬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3MK 역시 마찬가지. 인테리어나 메뉴판에서는 인기 있는 몇몇 레스토랑들과 큰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막상 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겨보니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별점이 보인다.

3MK는 시간대에 따라 3가지 개념으로 운영한다. 낮에는 디저트와 브런치, 커피 등이 있는 카페, 저녁에는 음식과 와인을 테마로 한 식당, 늦은 저녁에는 노래와 함께 와인과 주류, 그리고 요기를 즐기는 펍으로 즐길 수 있다. 저녁 음식과 주류 가격대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와인 한 잔에 충분히 취하고 대화는 오랫동안 많이 하고 싶은 '여성들의 회식'에는 적격이다.

1층 내부 모습. 카운터 옆으로 주방이 개방되어 있어 조리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1층 내부 모습. 카운터 옆으로 주방이 개방되어 있어 조리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2층은 창가쪽 자리와 안쪽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2층은 창가쪽 자리와 안쪽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정윤하 기자>

▲메뉴: 연어와 리코타치즈 샐러드 1만 8000원/ 단호박 크림치즈 피자 1만 6000원/ 고르곤졸라 치즈 스테이크 피자 1만 7000원/ 스패니쉬 오징어먹물 파스타 빠에야 2만 3000원/ 차돌박이구이와 샐러드 오일 파스타 1만 5000원/ 꽃게로제소스 파스타 1만 4000원
 

상호 3MK
전화번호 042-823-7707
영업시간
휴무 없음
주소 대전 유성구 봉명동 668-6번지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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