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화구이와 우렁쌈장, 갖가지 쌈채소들의 만남
'밥숟갈 크기는 입 벌릴 만큼/상추 잎 크기는 손 안에 맞춰/쌈장에다 생선회도 곁들여 얹고/부추에다 하얀 파도 섞어 싼 쌈이/오므린 모양새는 꽃봉오리요/주름 잡힌 모양은 피지 않은 연꽃//손에 쥐어 있을 때는 주머니더니/입에 넣고 먹으려니 북 모양 일세/사근사근 맛있게도 씹히는 소리/침에 젖어 위 속에서 잘도 삭겠네'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의 특유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다. 갑자기 웬 시타령이냐고? 오늘 맛집의 주인공 '쌈밥'을 이처럼 기가막히게 표현해 낸 시도 또 없기 때문이다. 시 한번 쭈욱-훑었을 뿐인데 머릿속으로는 '두 볼이 미어터지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려지고, 입안에는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시 한 편으로 워밍업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맛집 탐방에 나서보자. 오늘 소개할 맛집은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고향쌈밥'이다. 소문난 맛집이라기에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싶어 점심시간이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식당을 찾았다. 12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명절날 고향을 찾은 오래된 동네 사람들처럼 식당은 손님들로 복적였다.
이곳은 기본 쌈밥 정식도 유명하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하게 직화삼겹정식을 주문했다. 식사를 주문하자 이렇게 밑반찬과 제육이 한상 거나하게 차려진다.
김치, 콩나물, 오이, 잡채, 고사리, 단호박, 고등어찜, 계란찜..이런 걸 보고 '상다리가 휘어진다'고 표현한다지? 어느 식당을 가든지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밑반찬이지만 '고향쌈밥'만의 정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숭늉! 밥솥 바닥에 눌러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여 만든 구수한 숭늉을 식사 전에 맛보시라.
말그대로 '직화구이'다. 참숯에 바로 구워 나오는 삼겹살에 자신의 취향에 맞게 온갖 밑반찬을 넣고, 그 위에 우렁쌈장을 올리면 '화룡점정'이다. 알맞게 구워진 삼겹살의 바삭하고 식감과 쌈장의 고소하고 짭쪼름한 맛이 한 데 엉겨 입 안을 즐겁게 만든다.
아직도 점심 때 먹는 삼겹살이 부담스럽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여러분의 근심을 싹 날려주기 위해 수십 가지 쌈채소들이 테이블 한 켠에 놓여 있으니 말이다.
식당 복도에 걸려 있는 쌈채소 설명문을 보며 이것저것 싸서 입에 넣다 보면 평소 섭취량의 2배 이상으로 야채를 흡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끔씩 정체 모를 채소 한 장을 입에 넣고 나서 느껴지는 강한 쓴 맛은 숨은 재미다.
보고 있기만 해도 시골 고향집에 온듯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풍성해지는 '고향쌈밥'. 가족들, 동료들과 함께 하는 건강한 고기 한 상을 원한다면 오늘 저녁은 이곳에서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메뉴: 쌈밥정식 1만원/직화삼겹정식 1만3000원/직화오리정식 1만3000원/소불고기정식 1만3000원/생선구이정식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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